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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팔로워는 있는데, 왜 사이트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인스타는 부캐, 웹사이트는 본캐

작가들과 실제로 이야기해보면 이 질문이 꼭 나온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있고 다 보여지는데, 굳이 웹사이트가 왜 필요하냐.” 국내 작가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나온 대답은 이거였다 — 인스타그램은 부캐, 개인 웹사이트는 본캐. 인스타는 근황을 공유하는 채널이고, 웹사이트는 그 사람의 작업 전체를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갤러리·큐레이터·컬렉터는 이미지를 먼저 본다. 저해상도거나 조명이 나쁜 사진이면 그 자리에서 평가가 끝난다는 게 리서치에서 확인된 지점이다. 인스타그램 피드는 스크롤되며 지나가지만, 웹사이트는 “이 사람이 지금까지 뭘 해왔는가”를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자리다.

작가가 웹사이트를 갖는 네 가지 방법

직접 사이트 7곳을 방문해서 확인한 결과, 작가들이 온라인에 작업을 모아두는 방식은 크게 네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는 인스타그램·Behance·Adobe Portfolio 같은 무료 병행 채널이다. 대부분의 작가가 기본으로 쓰지만, 이건 “포트폴리오”라기보다 근황 공유용에 가깝다.

두 번째는 Format, Cargo, Squarespace 같은 아티스트 전용 템플릿 구독이다. 월 1만원대부터 시작해 이미지가 예쁘게 뜨는 템플릿이 많아 많은 작가가 쓰지만, 결국 정해진 틀 안에서 텍스트와 사진만 바꾸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FASO 같은 순수미술 전용 준-커스텀 플랫폼이다. 프린트 판매 자동화 같은 기능이 있어 판매까지 하는 작가에게 맞지만, 가격은 선불 1,700~3,400달러 수준으로 시작한다.

네 번째가 완전 커스텀 제작이다. 템플릿 틀 없이 이 작가만을 위한 구조와 톤을 처음부터 설계하는 방식인데, 국내 이 정도 커스텀 제작의 평균 견적은 약 430만원으로 조사됐다. RUTTO는 150만원부터로 시작가를 잡고 있는데, 이는 국내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고 해외 준-커스텀 플랫폼보다도 낮은 구간이다.

실제 사이트에서 확인한 것들

직접 열어본 화가·조각가 사이트들의 공통점은 “실제 작품이 화면을 지배해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 화면을 꽉 채운 작품 위에 이름만 얹은 히어로, 최소한의 텍스트, 압도적인 여백. 조각가 쪽은 두 갈래로 갈렸다. 전시 이력을 전면에 내세우는 정통 갤러리 스타일, 아니면 작품을 실제 거실이나 공간에 놓아 “화이트 큐브”가 아니라 “생활 속 작품”으로 보여주는 스타일이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작업 성격에 따라 다르다.

CV(전시 이력) 페이지의 표준 형식도 명확했다 — 역연대순 정렬, 개인전과 그룹전 구분, 항목이 15~20개를 넘으면 “Selected”로 추려서 보여주는 관행이다. 이미지 캡션도 “작가명, 작품명, 연도” 형식이 표준이고, 클로즈업 사진에는 뒤에 “detail”을 붙인다.

가격을 사이트에 공개할지는 정답이 없는 문제다. “문의 주세요”로 감추는 관행은 갤러리 협상 문화에서 온 것이지, 갤러리 없이 활동하는 개인 작가가 꼭 따라야 하는 규칙은 아니다 — 오히려 가격을 숨기면 판매가 죽는다는 반박도 상당히 있다. 이건 작가 본인이 정할 문제고, 첫 대화에서 확인해야 하는 질문이다.

판매·저작권에서 놓치기 쉬운 것

2024년 7월 시행된 미술진흥법으로 구매자가 작가에게 진품증명서(COA)를 요구할 법적 근거가 생겼다 — 판매 페이지에 “구매 시 진품증명서 동봉” 문구를 넣는 걸 고려할 만하다. 에디션이 있는 작업이라면 유일작은 “1/1”, 한정판은 “n/N”(분모는 총 수량), 아티스트 프루프는 “A.P.”로 표기하는 게 관행이다.

저작권 보호는 저해상도 공개와 우클릭 방지를 함께 쓰는 게 이 업계 표준 수준으로 확인됐다. 결제 흐름도 마찬가지다 — 미술품은 즉시결제 버튼보다 “문의 → 협의 → 인보이스 → 계좌이체” 구조가 이 시장에 더 맞다.

NONAME은 이 원칙을 그대로 따랐다

디지털 아티스트 NONAME의 포트폴리오는 앨범 아트워크와 영상 작업 74점이 SNS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상태에서 시작했다. 설명과 장식을 최소로 줄이고, 대표작이 화면을 지배하는 캐러셀 히어로로 구조를 잡았다 — 위에서 확인한 “실제 작품이 화면을 지배해야 한다”는 원칙을 이미 그대로 적용한 사례다. 저작권 보호도 저해상도 공개 원칙을 썼고, 원본 화질을 지키면서 로딩 속도까지 최적화했다(602MB에서 232MB로). 지금은 아티스트가 실제로 쓰고 있는 포트폴리오로 운영 중이다.

지금 인스타·링크트리로 충분한지 판단하는 법

작업이 몇 개 안 되고 아직 방향을 실험하는 단계라면 무료 채널이나 템플릿 구독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반대로 전시 이력이 쌓이기 시작했거나, 갤러리·컬렉터에게 링크 하나로 작업 전체를 보여줘야 하거나, 판매까지 생각하고 있다면 그때부터는 이 작가만을 위한 구조를 갖추는 쪽이 맞는 투자가 된다. 온라인 아트 시장 자체가 큰 거래보다는 “새로운 사람이 나를 발견하는 통로”로 기능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통로가 인스타 피드에 묻혀 있는 것과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사이트로 있는 것의 차이는 작지 않다.